직업성 질환 사례

배터리 제조공장 근로자에서 발생한 특발성 폐섬유증 직업환경연구원 조사사례

강릉 노무사 2021. 8. 26. 16:32

개요

 

근로자 ○○○(51년생, 남자)는 A사업장 및 B사업장에서 근무한 후 2017년 8월 간질성 폐질환/화학물 흡인에 의한 폐섬유증/미만성 폐섬유증을 진단받았다.

 

 

직업력(작업내용 및 작업환경)

 

근로자 ○○○의 면담 당시의 진술에 의하면, 25세 때인 1977년 6월에 A사업장(구, C사업장)에 입사하였다. A사업장은 자동차 및 선박용 전지(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로 입사 후 초기 약 2년간은 서울공장에서 기판 주조 업무를 담당했으며, 이후 1979년에는 대전공장으로 내려와 2008년 퇴직할 때까지 28년 8개월 동안 납 가루인 연(납)분을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A사업장의 주요 생산품인 자동차용 납축전지의 기본 구조는 다수의 셀(cell)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12 V의 축전지에서는 한 개 당 2 V인 셀 6개가 직렬로 연결되게 된다. 납축 전지의 가장 작은 기본단위인 셀은 기본적으로 양극판, 음극판, 격리판, 전해액 및 셀 케이스로 다시 나뉘게 되며, 양극판에는 과산화 납이 사용되고, 음극판에는 납이 이용되며, 전해액에는 황산이 사용된다. 1개의 셀 내에서 극판의 배열은 음극판 – 격리판 – 양극판의 배열이 반복되게 하고, 같은 극판끼리 병렬로 연결하여 하나의 극판군(plate group)을 생성한다.

 

A사업장의 주요 공정은 납을 용해하여 납 띠를 늘려 주조기로 기판을 만들어 놓으면, 납괴를 용해로에 녹여 연(납)분을 만들고, 연(납)분과 첨가제를 넣어 기판에 도포할 활물질(Active Material)을 생산하며, 이런 활물질을 기판에 도포하고 건조하면 극판이 생성되게 된다. 이러한 극판을 조립하여 하나의 셀을 생성하고, 전해액에 사용되는 황산을 충전시켜 밀봉하고 전지의 형태로 출하하게 한다. 다음과 같은 공정을 요약하면, 기판 주조 → 연(납)분 생산 → 활물질 혼합 → 도포 및 건조 → 조립 → 주액 및 충전 → 포장 → 출하 순으로 이루어진다.

 

근로자 ○○○는 이러한 공정 중 기판 주조(2년) 및 연(납)분 생산(28년 8개월)에서 근무하였으며, 연(납)분 생산 업무를 수행할 당시 A사업장의 의견에 의하면 근로자 ○○○는 납을 용해로에 투입하고 용해하는 작업, 반응로 설비의 운영관리를 수행하였다고 하였다.

 

근로자 ○○○의 진술에 의하면, 초기 2년간 기판 주조를 하는 공정에서는 납을 용해로에 녹여서 기판 주형에 수동으로 납 물을 부었다고 진술하였다. 이후 연(납)분 생산을 하는 공정에서는 납을 450 ℃ 가량의 용해로에 투입하였고, 납이 용해로에서 용해되어 연(납)분으로 다시 포집되는 집진기로 가는 과정에서 반응로 설비에 납이 붙게 되면 반응로 설비를 두드려 연(납)분을 떨어지게 하였는데, 이러한 설비 운영 과정에서 분진에 많이 노출되었다고 하였다.

 

과거에는 이러한 연(납)분 생산 공정의 시설이 자동화되지 않았고, 집진 장치의 시설이 완벽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공정은 본인이 근무하였던 공정에서 시설이 많이 변경되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현재는 해당 공정이 사라졌지만, 과거 산업용 전지를 생산할 때 극판에 튜브를 연결하여 튜브 안으로 유리섬유와 연(납)분을 넣어준 후 강하게 흔들어 빈틈없이 충전을 시키는 작업도 약 5년간 함께 수행하였다고 하였다.

 

한편, A사업장의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연(납)분 생산 공정에 있어서 설비의 자동화 시기에 대하여 자료가 없다 하였고, 집진 장치는 1990년도 이전에 설치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으며, 납을 용해로에 자동으로 투입하는 호이스트의 제조연도가 2007년이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산업용 전지의 생산 공정과 산업용 전지가 생산되었던 시기에 대해서는 자료가 없다고 회신하였다.

 

근로자 ○○○는 60세 때인 2012년 4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5년 7개월 동안 순환 골재를 생산하는 D사업장에서 근무하였다. 기본적인 공정은 건설 폐기물이 저장(호퍼) → 재활용 가능 여부에 따른 선별 → 파쇄기에서 파쇄 → 진동 스크린을 통한 선별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공정 중 파쇄기에 원료가 투입되기 전에 컨베이어 벨트로 들어오는 원료에서 재활용할 수 없는 가연성 물질과 고철 등을 수동으로 선별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근로자 ○○○의 진술이 자료에서 전부 확인되며, 1977년 9월, 1986년 8월 및 1988년 1월에 발생한 산재 사고 당시의 산재보험급여원부에 의하면 C사업장의 채용일자가 1977년 6월 2일로 확인된다.

 

 

질병력

 

-개인력

근로자 ○○○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72년 3월부터 1975년 1월까지 육군 의무병으로 복무하였다.

근로자 ○○○와의 면담 당시 과거 흡연자로 담배는 하루 한 갑 씩 40년간 흡연하였다(40갑년).

 

-특발성 폐섬유증의 발병 및 경과

A의원에서 2015년 7월 12일에 촬영한 흉부 컴퓨터단층영상에서 양폐에 흉막 하 그물 모양 및 벌집 모양의 음영이 최초로 관찰되었으며, 2017년 8월 14일에는 외부병원에서 촬영한 흉부 단순방사선영상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되어 B대학병원에 내원하였다. 내원하여 촬영한 흉부 컴퓨터단층영상(8. 14)에서는 양폐야로 흉막 하 그물 모양 및 벌집 모양의 음영이 관찰되어 보통간질폐렴(Usual Interstitial Pneumonia)에 합당한 소견이 확인되었고, 자가면역질환 지표에서 ANA가 양성으로 나왔으나, RF 및 Anti-CCP가 음성이었으며, 이 외의 지표에서도 음성 소견이었다. 8월 28일에 실시한 폐기능검사에서 기관지확장제 투여 전 노력성폐활량(FVC)이 3.29 L(정상 예측치의 80%)이고, 1초량(FEV1)이 2.61 L(91%)로 일초율(FEV1/FVC)이 79%로 제한성 폐환기능장애는 없었고(기도가역성 음성, 표 2), 폐포 용적으로 보정하기 전후 일산화탄소 확산능이 정상 예측치의 63% 및 79%이었다. 특별한 약물치료는 하지 않다가, 가래를 동반한 호흡곤란 증상이 있어 2018년 3월 2일부터는 약물치료(erdosteine)를 시행하면서 추적 관찰 중이다.

 

한편, 2018년 2월 27일에 촬영한 흉부 컴퓨터단층영상과 보통간질폐렴 소견이 최초로 나타난 2015년 7월 12일에 촬영한 영상을 비교 시에 양폐야의 흉막 하 그물 모양 및 벌집 모양 음영의 큰 변화는 없었다.

 

 

결론

 

흉부 컴퓨터단층영상에서 2015년 7월부터 관찰되는 보통간질폐렴의 소견은 임상적으로 특발성 폐섬유증의 진단에 합당하는데,

1977년 6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전지를 생산하는 공정 중 기판 주조 (2년) 및 연(납)분 생산(28년 8개월)의 업무를 총 30년 8개월 동안 수행하면서,

특발성 폐섬유증의 위험요인에 해당하는 금속 분진의 일종인 납 분진에 장기간 노출되었다.